17회차 : 생성형 AI의 한계,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이란?

AI도 거짓말을 한다


"존재하지 않는 논문을 만들어낸 챗GPT" 충격적인 경험

지난 3월, 저는 챗GPT를 믿었다가 큰 낭패를 본 경험이 있습니다. 클라이언트 제안서에 들어갈 통계 자료가 필요해서 챗GPT에게 "2023년 국내 AI 시장 규모 관련 연구 자료를 알려줘"라고 물었습니다. 챗GPT는 자신감 있게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보고서를 인용하며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습니다. 논문 제목, 발행 연도, 저자 이름까지 완벽했습니다. 저는 이것을 제안서에 그대로 넣었습니다.

문제는 클라이언트 미팅에서 발생했습니다. 상대방 팀장이 "이 ETRI 보고서 원문을 보고 싶은데 어디서 찾을 수 있나요?"라고 물었습니다. 당황한 저는 회의 후 ETRI 웹사이트를 샅샅이 뒤졌지만, 그런 보고서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챗GPT가 그럴듯하게 만들어낸 가짜 정보였던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현상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AI를 업무에 활용하는 모든 분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할루시네이션의 원인과 대응법을 정리하겠습니다.

An illustration representing AI hallucination and fact-checking, featuring a robot writing on a screen and a human examining the content with a magnifying glass.


할루시네이션이란 무엇이고, 왜 발생하는가?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은 의학 용어로 '환각'을 의미합니다. AI 분야에서는 생성형 AI가 사실이 아닌 정보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그럴듯하게 만들어내는 현상을 말합니다. 거짓말을 한다기보다는, AI가 스스로도 사실과 허구를 구분하지 못한 채 답변을 생성하는 것입니다.

제가 5개월간 매일 챗GPT를 사용하면서 발견한 할루시네이션 유형은 크게 4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존재하지 않는 출처 인용입니다. 앞서 제 사례처럼 가짜 논문, 가짜 뉴스 기사, 존재하지 않는 웹사이트를 만들어냅니다. 특히 "최근 연구에 따르면", "OO 교수의 논문에서" 같은 표현으로 권위를 덧붙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번째는 날짜와 숫자의 오류입니다. 역사적 사건의 연도를 틀리게 말하거나, 통계 수치를 지어냅니다. 제가 테스트했을 때 "2024년 한국 인구는?"이라고 물으니 5,200만 명이라고 답했는데, 실제로는 5,100만 명 정도입니다. 100만 명 차이는 작지 않은 오차입니다.

세 번째는 인과관계의 왜곡입니다. A와 B 사이에 실제로는 관련이 없는데, 마치 인과관계가 있는 것처럼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커피를 많이 마시면 창의성이 향상된다는 연구가 있다"고 답했는데, 실제로 그런 연구는 없었습니다.

네 번째는 인물 정보의 혼동입니다. 유명인의 경력이나 업적을 다른 사람과 섞어서 말합니다. 제가 "일론 머스크의 초기 경력"을 물었을 때, 페이팔과 테슬라 이야기를 섞어서 시간순이 맞지 않게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요? 이것은 AI의 작동 원리와 관련이 있습니다. 챗GPT 같은 LLM(대규모 언어 모델)은 패턴 인식 기계(확률적 언어 생성)입니다.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해서 "이 단어 다음에는 이 단어가 올 확률이 높다"는 패턴을 학습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 여부를 검증하는 것이 아닙니다.

쉽게 비유하면 AI는 문장의 형태는 완벽하게 만들지만, 내용의 진위는 확인하지 않습니다. 논문 인용 형식을 완벽하게 학습했기 때문에 "박OO, 2023, 한국AI학회지"라는 그럴듯한 형식을 만들 수 있지만, 실제로 그 논문이 존재하는지는 모릅니다. 마치 글쓰기 규칙은 완벽하게 아는데 사실 확인은 하지 않는 학생과 같습니다.


할루시네이션을 발견하는 실전 팩트체크 방법


그렇다면 AI가 만든 정보를 어떻게 검증해야 할까요? 제가 매일 실천하는 5단계 팩트체크 프로세스를 공유합니다.

1단계: 구체적 정보는 즉시 의심하라

AI가 논문 제목, 저자 이름, 구체적인 통계 수치, 날짜를 언급하면 무조건 검증해야 합니다. 저는 이런 정보가 나오면 즉시 구글 검색을 합니다. "논문 제목 + 저자 이름"을 검색해서 실제로 존재하는지 확인합니다.

예를 들어 챗GPT가 "2024년 서울대 김철수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이라고 말하면, 저는 구글 스칼라(Google Scholar)에서 "김철수 서울대 2024"로 검색합니다. 검색 결과가 없다면 할루시네이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2단계: 여러 AI에게 같은 질문을 하라

챗GPT, Claude, Gemini 등 여러 AI에게 동일한 질문을 던져보세요. 답변이 일치하면 신뢰도가 높고, 서로 다르면 의심해야 합니다. 제가 "2023년 한국 GDP 성장률"을 세 개 AI에게 물었을 때, 챗GPT는 2.3%, Claude는 1.4%, Gemini는 1.3%라고 답했습니다. 이럴 때는 공식 통계청 사이트를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실제 값은 1.4%였습니다)

3단계: 1차 출처를 직접 확인하라

AI가 "OO 연구에 따르면"이라고 말하면, 그 연구의 원문을 직접 찾아보세요. 제가 쓰는 방법은 논문 검색 사이트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국내 논문은 RISS(학술연구정보서비스), 해외 논문은 Google Scholar를 사용합니다. 뉴스는 기사 제목을 직접 검색해서 실제 기사가 존재하는지 확인합니다.

(출처 링크를 제공하는 Perplexity(퍼플렉시티)SearchGPT를 활용해 교차 검증하는 방법도 아주 유용합니다.)

한 번은 챗GPT가 "2023년 MIT 연구팀이 새로운 배터리 기술을 개발했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MIT 공식 웹사이트의 뉴스 섹션을 찾아봤는데, 그런 발표가 없었습니다. 대신 비슷한 시기에 스탠포드 대학의 연구가 있었습니다. AI가 출처를 혼동한 것입니다.

4단계: 상식선에서 판단하라

지나치게 놀라운 주장이나 극단적인 수치는 의심해야 합니다. 챗GPT가 "AI 도입으로 업무 시간이 90% 단축된다"고 말한다면, 이것은 과장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 연구들을 보면 20~40% 정도가 현실적입니다.

제 경험상 AI는 최상급 표현을 좋아합니다. "가장 효과적인", "혁명적인", "획기적인" 같은 단어가 나오면 한 번 더 의심하세요. 실제 학술 논문이나 공식 보고서는 이렇게 단정적으로 표현하지 않습니다.

5단계: 업데이트 시점을 확인하라

챗GPT의 지식 마감일(knowledge cutoff)은 2026년 1월입니다. 그 이후의 정보는 웹 검색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 한 알 수 없습니다. 최신 정보가 필요하다면 반드시 "웹 검색을 활성화"하거나 직접 최신 자료를 확인해야 합니다.

제가 실수한 사례가 있습니다. "2024년 12월 미국 대선 결과"를 물었는데, 챗GPT는 지식 마감일 이전의 정보를 바탕으로 추측성 답변을 했습니다. 당연히 틀렸습니다. 최신 이슈는 뉴스 사이트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할루시네이션을 최소화하는 프롬프트 기법


질문하는 방식을 바꾸면 할루시네이션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습니다. 제가 터득한 4가지 프롬프트 전략입니다.

첫째, "모르면 모른다고 말해줘"를 추가하세요. 프롬프트 끝에 "If you're not sure, please say you don't know"(확실하지 않으면 모른다고 말해줘)라는 문장을 넣으면 AI가 추측하는 것을 줄일 수 있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효과가 있습니다.

둘째, 출처를 명시하도록 요구하세요. "답변할 때 출처를 명시해줘"라고 하면, AI가 더 신중하게 답변합니다. 그리고 제시한 출처를 즉시 검증할 수 있습니다.

셋째, 단계별로 질문하세요.** 복잡한 질문을 한 번에 던지지 말고 여러 단계로 나눠서 질문하면, 각 단계마다 검증할 수 있어서 오류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습니다.

넷째, 비판적 검토를 요청하세요.** AI에게 답변을 준 후 "방금 답변에서 틀린 부분이나 불확실한 부분이 있나요?"라고 물어보세요. 종종 AI 스스로 오류를 인정하기도 합니다.


AI 정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자세


할루시네이션 문제는 기술적으로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오픈AI, 구글, 앤스로픽 같은 기업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사용자의 비판적 사고가 가장 중요한 방어책입니다.

제가 5개월간 매일 AI를 사용하면서 깨달은 핵심은 이것입니다. AI는 훌륭한 초안 작성자지만, 최종 편집자는 인간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AI가 만든 모든 정보를 의심하라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결정이나 공식 문서에 사용할 정보는 반드시 검증하라는 의미입니다.

저는 이제 AI를 사용할 때 다음과 같은 원칙을 지킵니다. 일상적인 이메일이나 아이디어 브레인스토밍처럼 정확성이 덜 중요한 작업은 AI를 적극 활용합니다. 하지만 클라이언트 제안서, 학술 자료, 재무 보고서처럼 정확성이 중요한 문서는 AI로 초안을 만들되 모든 사실과 수치를 직접 검증합니다.

할루시네이션은 AI의 버그가 아니라 현재 기술의 한계입니다. 이것을 이해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AI 시대에 필요한 핵심 역량입니다. AI를 맹신하지도, 과도하게 불신하지도 않는 균형 잡힌 태도가 필요합니다.


[할루시네이션 주요 유형 요약]

유형특징주의해야 할 상황
출처 인용 오류존재하지 않는 논문, 뉴스, 저자 생성전문 학술 자료 조사 및 보고서 작성 시
수치 및 날짜 오류통계 수치나 역사적 연도를 확률로 조작제안서, 데이터 분석 업무 시
인과관계 왜곡상관없는 두 사실을 억지로 연결논리적 비평이나 정책 분석 시
인물 정보 혼동경력이나 업적을 타인과 섞어서 설명인물 프로필 및 인터뷰 준비 시

결론: 검증하는 습관이 AI 활용 능력을 결정한다


할루시네이션 때문에 AI 사용을 포기해야 할까요?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이 한계를 이해하고 대응하는 사람이 AI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제 실수 경험 이후로 저는 더욱 신중하게 AI를 사용하게 되었고, 오히려 업무 효율은 높아졌습니다.

핵심은 검증 습관입니다. AI가 제시한 정보 중 중요한 것은 반드시 1차 출처를 확인하세요. 논문이라면 원문을 찾아보고, 통계라면 공식 사이트를 확인하고, 뉴스라면 원본 기사를 읽으세요. 처음에는 번거롭지만, 한 달만 실천하면 습관이 됩니다.

제 경험상 팩트체크에 걸리는 시간은 건당 평균 2~3분입니다. 이 작은 노력이 신뢰를 잃거나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큰 리스크를 막아줍니다. AI는 완벽하지 않지만, 검증하는 습관을 가진 사용자에게는 여전히 강력한 도구입니다. 여러분도 오늘부터 AI가 준 정보를 한 번 더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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